- 저자
- 하재영
- 출판
- 휴머니스트
- 출판일
- 2023.02.27
기억에서 휘발돼버리기 전 글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창원의 대표 독립서점인 오누이북앤샵에서의 독서모임에 참여를 했습니다. 이 독서모임을 얼마나 참여하고 싶었는지요. 사실은 선정 책을 떠나 저는 해당 독서모임에 참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뻤기에 바로 신청을 했습니다. 이번에 같이 읽어본 책은 하재영 작가님의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란 책으로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을 담고 있는 에세이입니다.
사실 저는 여성이지만 페미니스트란 주제를 어쩌면 피하고 싶어 했습니다. 사실상 초등학교 때를 제외하고는 여중(남녀 공학이었지만 분반), 여고 출신에다가 여초학과를 전공했기도 했고 여초집단에서 사회생활 하면서도, 집안에서도 여성으로서의 차별에 대하여 크게 느껴보질 못했던 것 같기에 더 무딘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초등학교 때를 떠올려보면 항상 남자친구들이 1번의 번호를 달고 있었던 점이나 주민번호 앞자리의 1번도 남성이라는 점들을 떠올려보면 알게 모르게 성차별적인 환경에 스며든 삶을 살아왔다는 걸 자연스레 인식하게는 되었지만요. 하지만 애써 모른척하고 싶었던 주제였기도 했습니다. 명절때 사촌들을 만나면 남자사촌 형제들이 많아도 유일하게 한 명 앉아있는 제게 상 치워라 등을 아주 자연스레 제게만 일을 시킬 때 사실상 저는 순순히(?) 행하는 자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른들 앞에서 이렇게 남자들이 많은데 왜 내게만 시키냐고 얘기했고 저랑 동갑인 남자 사촌이나 제 남동생을 시키며 결코 혼자 하지 않았고 그 이후론 저에게만 당연하다는 듯이 시키진 않으셨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명절 모습을 친구들과 얘기를 하면 여전히 여성이라는 이유도 당연시되는 행위들이 만연하다는걸 새삼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저는 너무 부당하다 느낄 정도의 남녀차별을 느끼지 못했다고 생각해서였을까요? 페미니스트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오히려 남녀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하나의 촉발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꺼려졌던 주제였던 것이죠. (어쩌면 제대로된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부를 해본적이 없었기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부산에서 꾸준히 참여했던 독서모임도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으로 토론을 한 뒤 아직까지 사회에 만연하게 남아있는 그 사상에 제법 놀라 더 이상 이러한 마인드를 가진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 해당 독서모임을 그 뒤로 나가지 않았을 정도니까요. 사족이 이렇게나 길었습니다. 그만큼 저는 스스로 페미니스트적인 책을 굳이 찾아보지 않는 이었지만 어쩌면 이번 책을 통해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될련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더구나 모녀의 삶에 더 나아가 고부관계의 모습까지 소설이 아닌 에세이, 즉 누군가의 진실된 삶을 통해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이러한 마인드를 가지고 읽은 하재영 작가의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는 흡입력이 굉장한 작품이었고 저는 앉은자리에서 울고 웃으며 해당 책을 다 읽었습니다. 그리곤 한편으론 굉장히 씁쓸했습니다. 앞서 말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도 너무나 씁쓸했는데 이 책은 더구나 에세이, 그냥 현실이고 이 모녀가 실제 살아왔던 현장이었으니까요. 작가님은 1979년생, 저는 1995년생 꽤 나이차이도 많이 날 뿐더러 그 세월 동안 또 세상은 많이 변해왔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에선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노력이 빛을 바랐을 테고 또 각자의 성향과 삶이 달랐던 것도 한몫했을 테고요. 더구나 미혼인 제가 온전히 이 모녀의 마음을 100프로 공감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기에 나도 한 여성의 딸이자 앞으로 내 가정을 이루고 엄마가 되고 싶은 사람이기에 더욱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유독 하재영 작가님의 어머니 시점의 글들이 참 좋았습니다. 결코 순탄치 않았던 삶을 아주 담담한 어조로 기억해 내어 회상할 수 있다는 것부터 이미 참된 어른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아직 엄마가 되어보진 못한 제게는 누구나 처음이었던 엄마라는 역할에 그녀의 어머니는 너무 모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물론 후에 어머니는 이점에 대해 작가님께 사과를 하십니다. 혼자 읽을 땐 이 정도 선에서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과연 독서모임 멤버들은 어떤 부분을 공감했으며 어떠한 주제들로 이야기를 나눌지 굉장히 기대가 되었습니다.
양산에서 책방을 하고 계신 분, 김해에서 오신 분, 기존에 해당 독서모임에 참여를 해보신 분들 등 다양한 멤버들이 모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여성의 삶을 녹아낸 작품에 함께 이야기 나눌 분들도 다 여성분들이었습니다. 획일화된 생각의 연장선이 될 수도 있지만 그에 반면 진정성 있는 공감대 형성을 자아내기에는 아주 좋았던 멤버 구성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점주인이시자 본 독서모임장이신 참미님께서 내어주시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목을 축인 뒤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치곤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먼저 참미님께서 본 책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작가님의 전작인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라는 작품을 너무 재밌게 보기도 했고 본격적인 페미니즘 에세이인 본 작품을 쓰신 작가님께 이 책으로 독서모임도 진행하며 다른 이들이 많이 접할 수 있게 하여금 작가님께 용기를 드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한 작가로부터 용기를 드리고 싶었다는 말이 참 근사하고도 멋졌습니다. 그리곤 이 마음을 작가님이 아시면 얼마나 감동을 받으실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곤 돌아가면서 감상평을 나누었고, 각자 살아온 환경과 인생이 다르듯이 다들 이 책에서 나온 모녀와 고부관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제각기 달랐습니다. 유년기의 환경도 크게 좌우할 테지만 현재 미혼, 비혼, 기혼의 상황도 본 책을 해석하고 공감하는 데 있어 꽤 많은 영향을 준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많은 부분에서 밑줄을 긋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 몇 구절이 있다면 p. 36 결혼 후 엄마는 30년에 가까운 시집살이를 하며 목소리와 자리가 없는 존재로 살았다.라는 문장을 읽곤 이러한 엄마의 자리, 그러니 물리적인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던 부분이 생각이 납니다. 엄마의 공간을 만들어드렸는데 어느새 엄마의 공간은 자연스레 없어지게 되고 하물며 그 공간을 조금은 탐탁지 않게 생각한 아빠의 모습도 보았다고요. 누군가에 공간에 대해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부분을 콕 찍어주셨을 때 공간의 부재에서 오는 감정과 이 공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을 뜻할까 한동안 머릿속에 되뇌게 되더군요. 더구나 작가님의 전작인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라는 책은 집과 여성에 대한 자전적 에세이인데 본 책에서도 이러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니 더욱 해당 책이 읽어보고 싶었고요.
저는 많은 곳에 밑줄을 치진 않았으나 이 부분은 꼭 물어보고 싶더군요. p. 145 너희의 삶은 삶이 아니고 부모 자식도 엄연히 별개의 인간이지만, 너희의 좋은 면을 발견할 때 내가 영향을 준 부분도 있을 거라고 믿어. 저는 오늘 모임에서 말했듯이 항상 살면서 엄마 아빠가 나에게 했던 양육 모습에 대하여 종종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도 부모가 된 것인 생에 처음이었을 테고 그로 인한 시행착오도 많았을 거고요. 의도한 건 아닐 테지만 어떤 양육 방식으론 상처를 받기도 하고 어떤 방식으론 또 사랑을 넘치게 받는다고 느끼기도 했으니까요. 저는 그래서 나의 부모님이 가진 장점만 수용하고 싶고 단점은 인지하였다가 미래의 나의 아이로 하여금 내가 받았던 상처에 대해선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생각하는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영향력을 받은 부분으론 엄마의 표현력입니다. 항상 "사랑하는 딸, 사랑하는 아들" 이렇게 저희를 부르시던 엄마는 여전히 제게 많은 표현을 해주시기에 이로 인해 다소 무덤덤한 아빠 밑에서도 사랑의 감정에 솔직한 아이로 자라왔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요. 그래서 오늘 만난 멤버분들께 질문을 드리고 싶더군요. 내 부모님으로 하여금 좋은 영향력을 받은 점들이 있는지에 대해서요. 두 분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한 분은 아버지의 재능적인 면모보다 아머님의 끈기 있는 태도를 본받고 싶다고 하셨고, 또 한분은 어머니로 하여금 안 좋은 일은 빨리 떨쳐버리는 부분, 아버지로부터는 사람을 있는 그 존재 자체로 바라보는 태도를 배웠다고 하셨습니다. 저의 질문에 이렇게 본인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해 주신 점도 감사했고 영향력을 받은 부분도 제각기 다른 모습이 참 신기하고도 재밌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지만요. 이밖에도 오늘의 독서모임에서 기억나는 질문지들만 추려보자면
Q. 각자가 생각하는 평범함의 기준?
Q. 나의 존중감을 지키는 일에는 무엇이 있는가?
Q. 각자가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
이 질문들을 끝으로 모임장님께선 본 책은 어찌 보면 보편적인 모녀의 이야기를 페미니즘으로 잘 푼 이야기라고 말씀하시면 앞으로 이러한 주제의 글들을 쓸 때 작가님처럼 어떠한 소재를 끌고 와서 모녀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모임을 마무리했습니다. 2시간 조금 넘은 시간 동안 진행이 된 독서모임이었는데 사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눴고 더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혼자 읽었더라면 이 소재로부터 오늘 이질감으로 인해 선뜻 손이 가지 않았겠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과 함께 읽기의 힘을 통해 내 안의 프레임을 깨고 좋은 작품을 접할 수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제가 모임에 임하며 한 가지 더 눈여겨 보았던 점은, 사실 아시는 분들은 이미 잘 아시겠지만 저 또한 작은 오프라인의 독서모임장으로서 진행자 겸 참여자로 항상 독서모임을 임하기에 이 자리에서 오는 무언의 압박감도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때론 진행자를 떠나 단순한 참여자로서 오랜만에 독서모임을 임하고 싶기도 했고 다른 분들의 독서모임 패턴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기도 했죠. 저희 독서모임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감상평을 돌아가면서 이야기 나누고 한 챕터마다 밑줄 치거나 이야기 나누고픈 부분에 대해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눈다는 점에서 역시 여느 독서모임들은 다 비슷하구나 느끼기도 했습니다. 확실한건 진행자이신 참미님께서 본인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주시고 또 자연스레 참여를 유도 해주시기에 다른 분들도 진솔된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 해주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에 저 또한 앞으로 더 좋은 모임장의 모습으로 참여자의 모습으로 항상 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 모임에도 참여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휴식을 취하는 동안 다양한 독서모임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만 창원 독립서점 오누이 북앤샵의 토요독서모임 5월에 참여했던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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